아랍과 페르시아, 같은 듯 다른 두 문명의 결정적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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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낙타, 화려한 궁전, 그리고 이슬람. 우리가 '중동'을 떠올릴 때 흔히 그리는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지역을 단 하나의 문화로 묶어 생각하는 것은, 유럽 전체를 같은 나라로 보는 것만큼이나 큰 오해입니다. 중동의 역사를 움직여 온 두 개의 거대한 축, 바로 아라비안(Arabian) 문명과 페르시안(Persian) 문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 뿌리까지 이해하려면, 이 두 문명의 근본적인 차이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1. 우리는 혈통부터 다르다: 셈족 vs 아리아인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민족'과 '언어'입니다.
- 페르시안 (Persian): 이들은 '아리아인(인도-유럽어족)'의 후예입니다. 현대 국가로는 이란이 그 중심입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페르시아어(파르시, Farsi)로, 아랍어와는 완전히 다른 계통의 언어입니다. "이란 사람들은 아랍어를 쓰지 않나요?"라는 질문은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 아라비안 (Arabian): 이들은 '셈족(아프로-아시아어족)'의 후예입니다. 아라비아반도가 그 발상지이며,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이집트 등 수많은 국가가 아랍 문화권에 속합니다.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이 쓰인 아랍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합니다.
즉, '모든 이란인은 페르시안이지만, 모든 페르시안이 이란인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란인은 아랍인이 아니다' 라는 점이 첫 번째 핵심입니다.
2. 같은 이슬람, 다른 길: 시아파 vs 수니파
두 문명이 모두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그 안에는 결코 섞일 수 없는 깊은 골이 있습니다. 바로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시아파(Shia)"와 "수니파(Sunni)"의 대립입니다.
- 페르시아 (이란): 전 세계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이자 심장부입니다. 이들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칼리프(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 이슬람의 중심지입니다. 혈통과 관계없이 공동체의 합의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종교적 분열은 1400년 전 시작되어, 오늘날 중동의 모든 정치적, 군사적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은 사실상 시아파와 수니파의 패권 다툼인 셈입니다.
3. 역사의 유산: 제국의 영광 vs 종교의 확장
두 문명은 역사적으로 걸어온 길도 완전히 다릅니다.
- 페르시아 문명: 이슬람이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페르시아 제국'이라는 강력한 고대 문명을 이룩했습니다. 키루스 대왕의 아케메네스 왕조, 다리우스 대왕 등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슬람은 나중에 받아들인 종교이며, 자신들의 고유한 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합니다.
- 아라비안 문명: 그 역사가 이슬람의 탄생과 확장과 거의 일치합니다. 7세기 예언자 무함마드를 통해 이슬람이 탄생하면서, 아랍인들은 아라비아반도를 넘어 중동, 북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까지 영향력을 넓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문화를 전파했죠.
결론: 융합과 갈등의 이중주
물론 이슬람 제국의 황금기 동안 페르시아의 발달된 과학, 예술, 행정 시스템은 아랍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두 문화는 서로 융합하며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 역시 페르시아의 설화에 아랍의 이야기가 더해진 문화 융합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민족, 언어, 종교, 역사적 자부심의 차이는 오늘날까지도 중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아랍과 페르시아의 차이를 아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넘어 복잡한 국제 정세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