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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율 10,000%의 비밀, '곳간에 현금'이 아니라고?

홍티비 2025. 6.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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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유보율이 10,000%래! 현금이 엄청 많은가 보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유보율이 높은 우량 기업"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실제로 네이버 증권이나 DART에서 재무 정보를 보다 보면, 유보율이 5,000%, 10,000%, 심지어 수만 %에 달하는 기업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때 많은 초보 투자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와, 이 회사는 자본금보다 현금을 100배나 더 쌓아뒀구나! 절대 망할 일 없는 초우량 기업이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하셨다면, 당신은 유보율에 대한 가장 크고 치명적인 오해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오늘, '유보율'이라는 숫자의 진짜 의미와 그 속에 숨겨진 함정을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1. 유보율이란 무엇인가? (회사의 누적 성적표)

유보율(Retained Earnings Ratio)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고 회사 내부에 쌓아 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입니다.

유보율 (%) = (잉여금 ÷ 자본금) × 100

  • 자본금: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 주주들이 출자한 '기초 자본', 즉 '종잣돈'입니다.
  • 잉여금: 회사가 창사 이래 꾸준히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금 등을 지급하고 남은 '누적 이익'입니다.

[쉽게 이해하기: 용돈 기입장 비유]

부모님에게 1만 원의 '종잣돈'(자본금)을 받아 저금통을 시작했다고 합시다.
매달 5천 원의 용돈을 받아 1천 원은 과자를 사 먹고(배당), 4천 원씩 10달 동안 저금통에 모았습니다.

  • 자본금 = 1만 원
  • 잉여금 = 4천 원 × 10달 = 4만 원
  • 유보율 = (4만 원 ÷ 1만 원) × 100 = 400%

즉, 유보율 400%는 "종잣돈 대비 4배의 이익을 내부에 쌓아두었다"는 의미로, 회사가 오랫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는 '역사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 치명적인 오해: "유보율 = 현금 보유량"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나옵니다. 많은 사람이 '내부에 쌓아 둔 돈(잉여금)'을 '금고에 쌓여있는 현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현금으로 쌓아만 두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새로운 공장을 짓고(유형자산), 신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하며(무형자산),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도(투자자산) 합니다.

 

즉, 잉여금은 이미 공장, 기계, 특허권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에서 '잉여금'은 자본 항목에 기록되는 회계상의 숫자일 뿐, 회사가 실제로 보유한 현금은 '자산' 항목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계정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유보율이 10,000%라도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한 회사도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그래서 유보율,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양날의 검)

유보율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낮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반드시 기업의 상황과 함께 입체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긍정적 신호: '곳간이 넉넉하다']

  • 재무 안정성: 높은 유보율은 회사가 오랫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는 증거입니다. 이는 외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재무 구조를 가졌음을 의미합니다.
  • 주주환원 잠재력: 곳간에 곡식이 많으니, 언제든 주주들에게 쌀을 나눠줄(배당, 무상증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무상증자'는 유보율이 높은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 성장 잠재력: 빚을 내지 않고도 내부 자금만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좋은 기업을 M&A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입니다.

[부정적 신호: '돈을 굴릴 줄 모른다']

  • 투자 비효율: "돈을 벌었으면 투자를 해서 더 큰돈을 벌어야지, 왜 쌓아만 두는가?"라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특히 성장성이 둔화된 기업의 높은 유보율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성장 정체'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소극적인 주주환원: 높은 유보율은 반대로 말하면 '배당에 인색한 회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기보다 회사 내부에 쌓아두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영진의 방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결론: 유보율,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유보율은 그 자체로 기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업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는 유보율 숫자만 보고 환호하거나 실망하지 않습니다.

  1. 먼저, 유보율이 높은 기업을 찾아 재무 안정성을 확인합니다. (1차 스크리닝)
  2. 그다음, 이 회사가 쌓아둔 이익으로 미래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배당은 꾸준히 늘리고 있는지 등을 추가로 분석하여 그 숫자의 '진짜 의미'를 파악합니다.

'유보율'이라는 돋보기로 기업의 과거를 읽고, 다른 지표들과 결합하여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투자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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