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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제사는 장남' 판례 깨졌다…대법, 15년 만에 '연장자 우선' 판결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 [유해인도]

 

 

사 건  2018다248626 유해인도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6. 20. 선고 2018나2006493 판결

판결선고  2023. 5. 11.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소외 1의 배우자, 장녀(1994년생), 차녀(2000년생)이다. 소외 1은 원고 1과 혼인관계에 있던 중 2006. 11.경 피고 2와 사이에 장남 소외 2(2006년생)를 두었다.

2) 소외 1이 2017. 4. 16. 사망하자 피고 2는 소외 1의 유체를 화장한 후 그 유해를 피고 재단법인 ○○이 운영하는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소외 1의 유해를 원고들에게 인도할 것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은 장남 소외 2가 제사주재자로서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피고 2는 소외 2의 법정대리인(친권자 모)으로서 그 유해를 점유 · 관리하고 있다고 보아, 유해에 대한 권리가 원고들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쟁점

이 사건 쟁점은 장례 후 유골함에 담겨 봉안된 소외 1의 유해에 대한 권리가 공동상속인들 중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이는, 피상속인의 유체 · 유해를 민법 제1008조의3 소정의 제사용 재산에 준해서 보아 제사주재자가 이를 승계하되 제사주재자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라고 판시한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을 유지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제사주재자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2. 제사주재자 결정방법



가.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라고 정하는데,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정한다. 과거 대법원은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상속인이 되는 관습에 기초하여,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가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0. 7. 22. 선고 80다649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등 참조). 이후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래의 관습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 역시 상당 부분 약화되어 더 이상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은 민법의 일반원리와 제사용 재산의 성격, 민법 제1008조의3의 입법 목적, 제사가 가지는 역사적 · 사회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리에 의해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유지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리는 일반적으로 사물의 이치, 본질적 법칙 등으로 이해되거나, 사회적 의미를 중시하여 사람의 이성이나 양식에 기하여 생각되는 사회공동생활의 규범, 법의 일반원칙, 사회적 타당성, 형평, 정의 등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조리에 근거한 법규범은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면서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가 법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조리에 근거한 법규범 역시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에 따라 현재의 시대상황에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조리에 부합하였던 법규범이라도 사회관념과 법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대법원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러한 법규범이 현재의 법질서에 합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2)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아래와 같이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과 유지를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

가)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말하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입법을 하고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14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선언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성별에 따른 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과거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관계가 일정한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나 관념에 기인하는 차별, 즉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등 결정 참조).

나)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여성 상속인은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의 동의 없이는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으므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대등한 지위에서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여성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아들, 손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배제된다. 이처럼 여성 상속인은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성별로 인해 남성 상속인에 비해 열위에 있게 된다.

이는 남성 위주의 가계계승에 바탕을 둔 제사에 대한 관념적인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오로지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특히 오늘날 전통적인 매장 대신 화장 등 장례방법이 다양해짐에 따라 피상속인의 유체 · 유해의 귀속 또는 관리가 더 문제될 수 있는데, 이러한 피상속인의 유체 · 유해까지 남성 상속인에게 우선적으로 귀속된다는 것은 더더욱 그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성 상속인보다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제1항, 제36조 제1항에서 정한 남녀평등의 이념과 조화되지 않는다.

다) 여성 상속인 대신 남성 상속인이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따르는 의무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양임야, 묘토 등 제사용 재산의 범위는 실질적으로 제사 봉행에 사용되는 부분으로 제한되는데, 현대사회에서 종교상의 신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고 제사가 가지는 비중도 점차 축소되면서 기존의 제사용 재산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제사주재자는 제사에 드는 비용 등을 현실적으로 부담할 뿐만 아니라, 유체 · 유해나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는데, 남성 상속인이라고 하여 그러한 부담이나 의무를 우선적으로 지도록 하는 것도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3)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하는 제사주재자란 '제사를 주재함에 정당한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제사가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종래 제사제도에서는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이라는 의미가 중시되었다.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구 민법 제996조가 제사용 재산을 호주상속인이 승계하는 것으로 정한 것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러나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호주상속인' 대신 현행 민법 제1008조의3과 같이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변경되었고, 이는 제사용 재산의 승계를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과 분리하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은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家)의 구성 및 계승에 바탕을 둔 호주제도를 폐지하였고, 자녀의 성과 본도 부성(父性)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부모가 혼인신고 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였다(제781조 제1항 단서).

오늘날 조상에 대한 추모나 부모에 대한 부양에서 아들과 딸의 역할에 차이가 없다. 장례방법도 종래의 매장 및 분묘 조성 대신 화장 후 봉안이나 자연장의 비율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고조부모까지 지내는 '4대 봉사' 대신 생활을 같이 하였거나 얼굴을 기억하는 조상으로 제사의 대상을 축소하기도 하고 둘 이상의 조상을 함께 모시고 제사를 지냄으로써 제사의 횟수를 줄이는 등 제사의 형식과 절차도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의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재의 법질서, 국민들의 변화된 의식 및 정서와 생활양식 등을 고려하면,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거나 그 지위를 우선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볼 수 없다.

4) 제사주재자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이 보존해야 할 전통이라거나 헌법 제9조 등에 의하여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헌법 전문과 제9조에서 말하는 '전통',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서 현대적 의미로 포착하여야 하고, 전래의 어떤 가족제도가 헌법 제36조 제1항이 요구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위 헌법재판소 2001헌가9 등 결정 참조). 제사 및 제사용 재산의 승계제도는 조상숭배라는 전통에 근거하는 것이면서도 헌법상 개인의 존엄 및 양성평등의 이념과 조화되도록 운영하여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여성 상속인을 열위에 두는 것은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 제사주재자로 남성 상속인을 우위에 두지 않는다고 하여 제사제도에 내포된 숭조사상, 경로효친과 같은 전통문화나 미풍양속이 무너진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은 이미 전통 및 관습과 관련되는 종중제도에서 남녀평등에 반하는 부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취지로 판결하여 왔다. 즉,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는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가 지향하는 남녀평등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고 보아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면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후손은 남녀를 불문하고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후 여성 종중원들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고 개최된 종중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을 뿐만 아니라(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4982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3650 판결 등 참조), 종중재산을 분배하면서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분배비율, 방법, 내용에 차이를 두는 결의는 무효라고 하거나(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7다74775 판결 참조), 종중총회의 소집권을 가지는 연고항존자를 확정할 때 여성 종중원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26596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모의 성과 본을 따르는 성년의 자녀 역시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60940 판결 참조). 이처럼 전통과 관습에서 남녀평등 이념과의 조화를 지향해 온 대법원 판결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적장자 중심의 종법(宗法) 사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속 고수할 수는 없다.

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조리에 부합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법적 안정성과 판례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불가피하게 기존의 판례를 바꾸는 경우에도 그 범위를 되도록 제한적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의 별개의견 참조). 특히 제사와 같이 관습에 바탕을 둔제도에 있어서는 기존의 생활양식,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종래와 완전히 다른 방식을 새롭게 채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조리에 부합한다고 본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이 현재의 법질서와 조화되지 않는다면 기존 법규범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법질서에 부합하도록 이를 조금씩 수정 · 변형함으로써 명확하고 합당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2)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사용 재산을 유지 · 보존하고 그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별도로 특별승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제사주재자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정한 1인을 제사주재자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상속인들이 장례방법이나 장지 등을 둘러싸고 서로 망인의 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 공동의 제사주재자를 인정하는 것은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제사는 기본적으로 후손이 조상에 대하여 행하는 추모의식의 성격을 가지므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피상속인과 그 직계비속 사이의 근친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직계비속 중 최근친인 사람들이 여러 명 있을 경우에 그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한데, 연령은 이처럼 같은 순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인을 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같은 지위와 조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주재자를 맡는 것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합치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가족공동체 내에서 어떤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때에 같은 순위자들 사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은 이미 우리 법질서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6호는 연고자의 권리 · 의무를 행사하는 순서에 관하여 순위가 같은 자녀 또는 직계비속이 2명 이상이면 최근친의 연장자가 우선순위를 갖는다고 정한다.「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이라 한다) 제12조 제3항도 같은 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에 따라 장기 등의 기증에 관한 동의를 하거나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의 장기 등의 적출에 관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유족으로서 선순위자 1명을 확정할 때 이에 포함되는 사람이 2명 이상이면 그중촌수, 연장자순(촌수가 우선한다)에 따른 1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등에도 유사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 민법 제877조가 양부모의 존속 또는 연장자를 입양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취지도 가족관계 내 나이에 따른 기본 질서를 반영한 것이고, 종중의 종장 또는 문장 선임에 관한 종중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생존하는 종중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많은 연고항존자가 종장 또는 문장이 되는 것이 우리의 일반 관습(대법원 1984. 5. 29. 선고 83다119, 83다카341 판결,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0722 판결 등 참조)인 것도 종족집단 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전통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제사주재자는 금양임야, 묘토 등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를 가짐과 동시에 유체 · 유해의 처리 또는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사 관련 비용 등을 현실적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향후에는 제사에 대한 의식이 점차 약해짐에 따라 제사주재자의 일처리나 의무부담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같은 근친관계에 있는 직계비속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현행법질서 및 사회 일반의 보편적 법인식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4) 한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라고 하더라도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에는,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조상의 분묘에 대한 수호 · 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명시적 · 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들 다수의 의사,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라. 이와 달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본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와 같이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대법원의 견해 변경은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에 중점을 두었던 관습상 제사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새로운 법리를 소급하여 적용하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을 신뢰하여 형성된 제사용 재산 승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당사자의 신뢰 보호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제사주재자결정방법에 관한 새로운 법리는 그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았으므로, 그 판결의 선고일인 2008. 11. 20. 이후부터 이 판결 선고 이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진 사안에서는 여전히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은 이 사건의 재판규범으로 삼기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는 새로운 법리를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은 소외 1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 결정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소외 1의 장남이 제사주재자로서 그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보아 자녀들 중 연장자인 장녀를 비롯한 원고들의 유해인도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으로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소외 1의 직계비속 중 남녀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되 다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누가 소외 1에 대한 제사주재자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원심의 판단에는 제사주재자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과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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