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달걀'이 사라지고 있다? 장바구니를 위협하는 달걀값, 도대체 왜?

2025. 6. 19. 13:42정치,경제,사회,문화

728x90
반응형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요즘 달걀이 금값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저렴하고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달걀의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많은 뉴스는 그 원인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를 지목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 이 달걀값 폭등의 이면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달걀 껍데기의 작은 숫자, 특히 '4번 달걀'의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오늘은 왜 달걀값이 오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4번 달걀이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그 숨겨진 진실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비싼 달걀에 대한 불평을 넘어, 우리 식탁의 미래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1. 기본부터 다시: 달걀 껍데기 숫자의 비밀, '난각번호'

모든 논의의 시작은 '난각번호'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2019년부터 시행된 제도에 따라 모든 달걀 껍데기에는 10자리 숫자가 찍혀 있습니다.

  • 산란일자 (앞 4자리): 달걀을 낳은 날짜. (예: 1024 -> 10월 24일)
  • 생산농장 고유번호 (중간 5자리): 어떤 농장에서 생산되었는지 알려주는 코드.
  • 사육환경번호 (마지막 1자리): 오늘의 핵심! 닭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마지막 숫자는 1, 2, 3, 4로 구분되며, 숫자가 작을수록 닭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했음을 의미합니다.

  • 1번 (방사):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 닭이 낳은 알.
  • 2번 (축사 내 평사): 케이지 없이 실내에서 자유롭게 자란 닭이 낳은 알.
  • 3번 (개선된 케이지): 기존보다 넓어진(마리당 0.075㎡) 케이지에서 자란 닭이 낳은 알.
  • 4번 (기존 케이지): A4용지보다 좁은(마리당 0.05㎡)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평생 알만 낳는 닭의 산물.

2. '4번 달걀'의 퇴장과 달걀값 폭등의 연결고리

최근 달걀값 폭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단연 조류인플루엔자(AI)입니다. AI가 발생하면 수많은 산란계(알 낳는 닭)가 살처분되고, 이는 곧장 달걀 공급량의 급감으로 이어져 가격 폭등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4번 달걀의 구조적 감소'입니다.

 

정부는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비인도적인 사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은 2025년 8월부터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4번 환경) 사육을 전면 금지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농가는 최소한 '개선된 케이지'(3번) 이상의 환경을 갖춰야만 합니다.

4번 달걀은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말하는데요.

동물복지 향상과 질병 예방 등을 이유로 점차 퇴출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9월 이후 신축되는 산란계 농가에 대해 개선된 사육 기준을 적용해 왔고, 기존 농가도 오는 9월까지 기준을 맞추도록 했다가 최근 2027년 9월로 유예했습니다.

사육 면적이 넓어지면 동물 복지는 향상되지만 단위 면적당 사육 가능한 닭 수는 약 30%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 정책이 어떤 연쇄 효과를 낳았을까요?

  1. 농가의 선제적 투자 및 전환: 많은 양계 농가들이 법 시행에 앞서 미리 낡은 '4번' 케이지를 철거하고 '2번'(평사)이나 '3번'(개선된 케이지) 시설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2. 일시적인 공급량 감소: 시설을 교체하고 재정비하는 기간 동안에는 당연히 사육할 수 있는 닭의 수가 줄어듭니다. 이는 AI와 별개로 달걀 공급량을 줄이는 또 다른 요인이 됩니다. 즉, AI라는 급성 쇼크와 사육환경 개선이라는 만성적인 공급 감소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생산 비용의 증가: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더 나은 시설을 갖추는 데는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평사(2번)는 케이지 사육보다 관리 인력과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 상승한 생산 단가는 자연스럽게 달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달걀값 폭등은 AI로 인한 단기적 공급 충격과, '4번 달걀'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공급 감소 및 생산비용 증가가 결합된 복합적인 결과물입니다.


3. 비싼 가격 앞의 딜레마, 그럼에도 '가치 소비'를 말하는 이유

"이유는 알겠지만, 당장 달걀 하나 사 먹기 부담스러운데 동물복지까지 신경 써야 하나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4번 달걀의 퇴장을 단순히 '가격 인상 요인'으로만 본다면, 이 변화의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대하는 방식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A4용지 크기의 공간에서 평생 고통받는 생명이 만들어 낸 산물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인 셈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1, 2, 3번 달걀을 선택하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닙니다. 그것은 '투표'와 같습니다.

  • 더 나은 환경에 투자하는 농가에 대한 '지지 투표'
  • 비인도적인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대 투표'
  • 나와 내 가족의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의 생산 과정에 대한 '관심 투표'

소비자의 이러한 '가치 소비'가 늘어날수록, 시장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농가들은 더 적극적으로 사육 환경을 개선할 동기를 얻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동물복지 달걀의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 현명한 소비자의 선택이 식탁의 미래를 바꾼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재의 달걀값 폭등은 AI 사태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비인도적인 '4번 달걀' 생산 시스템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입니다.

 

지금 당장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우리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마트에서 달걀을 고를 때, 가격표만 보지 마시고 달걀 껍데기의 마지막 숫자를 꼭 확인해 보십시오.

 

그 작은 숫자는 단순한 코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생명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동참할 수 있는 당신의 '선택권'입니다. 당신의 현명한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고통스러운 4번 달걀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우리 식탁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들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